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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학의 역할- 백점기(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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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여러 기관에서 국내 및 전 세계 대학의 우수성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대학도 매년 발표되는 대학 순위 평가 결과를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에 있다. 상위 순위에 든 대학은 대학의 우수성이 입증됐다며 자랑하고 홍보한다. 하지만 현재 발표되고 있는 대학의 순위 잣대가 대학의 실질적인 우수성을 과연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평가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평가 결과도 현실적일 수가 없다.

    인간의 창의성이 더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학은 기업체에 취업할 우수 인재 양성의 역할뿐 아니라 역량이 탁월한 기업가를 양성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따라서 대학은 지금까지의 고등교육과 연구라는 두 가지뿐 아니라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선진기술의 제품화와 산업화를 위한 역할도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우수대학의 평가방법도 당연히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우수 대학 순위는 대학의 역할을 고등교육과 연구라는 두 가지 요소에 국한하여 평가하고 있다.

    주로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 논문 실적, 국제화 등에 관한 평가 요소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여러 지식은 너무나 전문화돼 있어 독학으로 익히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설사 독학으로 고도의 지식 습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지식을 타인에게 직업적으로 적용하고자 할 때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성 때문에 국가에서 정한 고등교육 기관의 교육과정을 거치고 능력과 자격을 명시적으로 인정받았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 습득한 전문지식을 적용할 수 있다. 의사 직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은 대학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연구개발이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우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지속적인 과학기술의 선진화가 요구되고 있다. 대학은 지식의 선진화와 완전히 새로운 이론 창조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등교육과 연구개발 능력을 잣대로 대학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수대학 평가방법은 교육과 연구의 과정에 대한 우수성은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학생을 과연 성공적으로 가르쳤는지에 대한 최종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부족하다. 단순히 졸업생의 취업률이나 평판도만으로는 미흡하다.

    앞으로 대학의 순위는 보다 현실적인 기준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 졸업생 중에서 억만장자가 몇명 배출됐는지, 몇 개의 기업체를 창업했는지, 창업한 기업체들의 연간 총매출액이 얼마인지 또는 새로운 일자리를 몇 개 창출했는지 등을 기준으로 매겨질 것이다.

    세계 일류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경우, 동문 기업수는 4만여 개에 이르며, 550만여 개의 일자리와 연간 총 3000조원의 매출액을 얻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 연구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인류 문명발전과 삶의 행복추구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과 산업화를 통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역량과 공헌도가 우수 대학의 평가 척도가 돼야 한다.

    따라서 하루빨리 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상대적으로 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학들이 선제적으로 역할을 재정립한다면 우수성의 순위를 역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세계적인 우수대학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남지역 대학을 비롯한 소위 지방대학들이 고유한 특성을 잘 살린 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한 비전 전략을 선제적으로 구사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우수대학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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