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2] “조선업 호황 올 때까지 버텨야” vs “버틸 수 있는 체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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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dmin 작성일16-05-22 10:44 Hit14,708 Count Comments0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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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것이냐, 버릴 것이냐.
조선사 빅3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각 채권은행에 6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불붙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선업에 쏟아부은 돈을 감안하면 이 정도 자구책은 ‘언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청산까지 각오하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과감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을 내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결국 대한민국 조선업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렸다.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다면 대대적인 산업재편이 불가피하다. 반면 미래 호황기에 경쟁력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면 섣부른 조선업 포기는 두고두고 후회할 악수라는 반론이 나온다.
◇“고난의 시기 버티면 강자 된다”=조선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금융권 주도 구조조정이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이들은 국내 조선업이 친환경 에코십(eco-ship) 등 부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호황기가 올 때까지 버티면 2020년 선박 환경규제가 적용될 때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본보기로 1970∼80년대 일본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꼽힌다. 일본은 당시 독(dock) 절반을 닫고 설계인력을 줄였다가 2000년대 호황기에 한국에 주도권을 내줬다.
부산대 백점기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10년도 아니고 2∼3년만 버티면 된다. 설계 등 전문인력이 잘린 후 중국, 싱가포르로 유입되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난의 시기를 버티면 강자가 된다. 인력 감축보다는 임금을 20∼30% 삭감하고 호황기에 되돌리는 식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업, 버틸 수 있는 체력 없어”=반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대다수는 대대적인 산업재편 쪽에 무게를 둔다. 하이투자증권 최광식 연구원은 “현재 조선업은 버틸 수 있는 체력도, 고용을 끌고 갈 여력도 없다”며 “지금 같은 몸집으로는 나중에 조선업 시황이 회복돼도 이윤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불황기에도 버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매출이 30% 감소할 걸로 예상되는데 인력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일본 구조조정 실패론에 대해 “결과론일 뿐”이라며 “2000년대 대호황이 없었다면 일본의 사업재편 전략이 맞았을 것이다. 당시 전략은 어쨌든 20년 정도는 옳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살아날 수 있는 부문과 회복이 어려운 부문을 구분해 칼을 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부문은 2∼3년 지나도 회복이 어려울 거 같다. 컨테이너, LNG 사업은 1년 정도 기다리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청에 부는 칼바람=구조조정 이슈의 물 밑에서 속앓이를 하는 집단도 있다. 조선업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청 인력들이다. 2014년 기준 조선업 인력 약 20만명 중 하청 인력은 13만명이 넘는다. 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선박 대조립 과정에서 10∼20m 높이에서 진행되는 도장 업무 등의 힘든 일은 대부분 하청이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청 업무는 ‘물량팀’이라는 이름의 재하청으로도 확대된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하청 인력들이 조선업 인력풀을 지탱하고 있어서 가능하다. 급속도로 확대된 하청이 조선업 호황기를 떠받쳤지만 구조조정 칼바람은 보호장치 없이 그대로 맞게 된 셈이다.
조선업 인력 구성이 정규직부터 하청, 자영업 등 다양하다보니 정부도 어디까지 고용지원이 가능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실적으로 재하청 인력들은 건설업 현장 등으로 넘어갔다가 호황기에 다시 유입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하청에도 정부가 미래를 대비해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 교수는 “용접 등의 경우 이번 위기를 통해 품질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의 적정 규모, 정규직과 하청 간 인력 재조정 등 어려운 과제가 구조조정 당사자들에게 주어진 만큼 공정한 기준과 협의에 기반 한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은창 수석연구원은 “향후 몇 년간의 대응이 수십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조선사 빅3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각 채권은행에 6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불붙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선업에 쏟아부은 돈을 감안하면 이 정도 자구책은 ‘언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청산까지 각오하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과감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을 내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결국 대한민국 조선업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렸다.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다면 대대적인 산업재편이 불가피하다. 반면 미래 호황기에 경쟁력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면 섣부른 조선업 포기는 두고두고 후회할 악수라는 반론이 나온다.
◇“고난의 시기 버티면 강자 된다”=조선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금융권 주도 구조조정이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이들은 국내 조선업이 친환경 에코십(eco-ship) 등 부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호황기가 올 때까지 버티면 2020년 선박 환경규제가 적용될 때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본보기로 1970∼80년대 일본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꼽힌다. 일본은 당시 독(dock) 절반을 닫고 설계인력을 줄였다가 2000년대 호황기에 한국에 주도권을 내줬다.
부산대 백점기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10년도 아니고 2∼3년만 버티면 된다. 설계 등 전문인력이 잘린 후 중국, 싱가포르로 유입되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난의 시기를 버티면 강자가 된다. 인력 감축보다는 임금을 20∼30% 삭감하고 호황기에 되돌리는 식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업, 버틸 수 있는 체력 없어”=반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대다수는 대대적인 산업재편 쪽에 무게를 둔다. 하이투자증권 최광식 연구원은 “현재 조선업은 버틸 수 있는 체력도, 고용을 끌고 갈 여력도 없다”며 “지금 같은 몸집으로는 나중에 조선업 시황이 회복돼도 이윤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불황기에도 버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매출이 30% 감소할 걸로 예상되는데 인력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일본 구조조정 실패론에 대해 “결과론일 뿐”이라며 “2000년대 대호황이 없었다면 일본의 사업재편 전략이 맞았을 것이다. 당시 전략은 어쨌든 20년 정도는 옳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살아날 수 있는 부문과 회복이 어려운 부문을 구분해 칼을 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부문은 2∼3년 지나도 회복이 어려울 거 같다. 컨테이너, LNG 사업은 1년 정도 기다리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청에 부는 칼바람=구조조정 이슈의 물 밑에서 속앓이를 하는 집단도 있다. 조선업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청 인력들이다. 2014년 기준 조선업 인력 약 20만명 중 하청 인력은 13만명이 넘는다. 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선박 대조립 과정에서 10∼20m 높이에서 진행되는 도장 업무 등의 힘든 일은 대부분 하청이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청 업무는 ‘물량팀’이라는 이름의 재하청으로도 확대된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하청 인력들이 조선업 인력풀을 지탱하고 있어서 가능하다. 급속도로 확대된 하청이 조선업 호황기를 떠받쳤지만 구조조정 칼바람은 보호장치 없이 그대로 맞게 된 셈이다.
조선업 인력 구성이 정규직부터 하청, 자영업 등 다양하다보니 정부도 어디까지 고용지원이 가능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실적으로 재하청 인력들은 건설업 현장 등으로 넘어갔다가 호황기에 다시 유입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하청에도 정부가 미래를 대비해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 교수는 “용접 등의 경우 이번 위기를 통해 품질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의 적정 규모, 정규직과 하청 간 인력 재조정 등 어려운 과제가 구조조정 당사자들에게 주어진 만큼 공정한 기준과 협의에 기반 한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은창 수석연구원은 “향후 몇 년간의 대응이 수십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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