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0] [인터뷰] 박창희 대기자의 색깔있는 인터뷰 백점기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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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dmin 작성일16-04-11 13:19 Hit18,287 Count Comments0 Count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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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강국 휘청…업계도 책임
- 잘 나갈때 위기관리 플랜 소홀
- 과당 경쟁 속 기술개발도 뒷전
◇해양플랜트 문제 가장 심각
- 설계기술 자립 못해 8조 적자
- 1만5000명 석박사급 필요한데
- 국내 인력 겨우 몇백 명 수준
◇북항재개발, 하늘이 준 기회
- 물류·금융 등 치밀한 전략으로
- 부산의 해양산업 판 더 키워야
조선해양 강국 대한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세계 무대를 호령하던 위용은 온데간데 없고, 살아남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지난해 7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해양플랜트 분야는 무려 8조5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모두 사상 최대다. 수주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대량 감원이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가 봐온 조선해양 강국은 '종이 호랑이'였던가.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부산대 백점기(59·조선해양공학과) 교수를 만나 불황이 언제까지 갈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비전을 세워야 하는지 들어봤다.
#저유가 폭탄에 휘청
-조선업계가 유례없는 불황이다. 원인이 뭐라고 보시나.
"세계경제가 저유가 폭탄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지 않나. 여기에 조선해양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거다. 저유가 현상은 수출입 물동량을 줄이고 소비를 둔화시켜 선박이 할 일을 뺏는다. 바다의 석유나 가스를 뽑는 해양플랜트 산업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조선해양 강국 체면이 말이 아니다. 기초체력이 이렇게 허약했단 말인가.
"1차 원인은 세계 경기침체로 돌려야할 테지만, 내부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잘 나갈 때 비축미를 챙기고 위기에 대처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업계의 과당경쟁도 반성할 대목이다.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에 소홀했던 측면도 있다."
-조선해양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인가.
"조선해양산업은 노동집약적(일자리 창출), 기술집약적(고도의 ICT 기술 적용), 자본집약적(초고가의 제품), 그리고 철강·해운업 등 전후방 연계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한중일 3국이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연간 100조~130조 원(2014년)을 커버해왔다. 일본은 엔저를 등에 업었고, 중국은 저가수주공세에 나서는데, 우리는 이렇다할 카드가 없는 실정이다."
#해양플랜트 설계기술 자립부터
-해양 플랜트산업은 사정이 더 안좋다고 하는데.
"조선과 해양플랜트는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의 차이랄까. 조선산업은 설계, 기자재, 유지보수, 운항 서비스 등에서 국산화율이 95% 정도이고 인력도 넘친다. 해양플랜트 시장 규모는 200조~250조 원(2014년)으로 조선산업의 약 두 배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설계 엔지니어링을 못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인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전문인력이 어느 정도 모자라나?
"해양플랜트 설계 기술 자립화를 위해서는 대략 1만5000명의 석·박사급 전문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몇백 명 수준이다. 2030년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한다면 매년 1000명 이상의 전문 기술인력이 양성돼야 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10여년 전부터 이 부분을 고민해오다 최근 하나의 답을 찾았다. 경남 하동 갈사만의 해양플랜트 전문산단에 영국 애버딘대학교(Aberdeen University)의 대학원 과정 한국 분교를 유치한 것이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이며 신입생 정원은 해양플랜트 전문 석·박사 및 MBA 과정 등 120명이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영국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시는 세계 해양플랜트 산업의 수도로 불리며, 1495년 개교한 애버딘대는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이다. 이 대학의 해외 분교는 하동캠퍼스가 처음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교육·연구 시스템이 들어오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2년 후쯤 불황 걷힐 듯
-지금의 불황이 언제쯤 턴어라운드할 것 같은가.
"오래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2년 뒤엔 흐름이 바뀌지 않을까 한다."
-저유가 사태에서 얻게 된 교훈이 있다면.
"저유가는 조선해양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해양플랜트 산업 도약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런 사태가 났으니 인재육성에 이만큼이나마 관심을 갖는 것 아닌가. 해양플랜트에서 설계 기술을 갖지 못하면 기술종속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지 못하고, 리스크 대응에도 문제가 생긴다."
-위기대응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불경기 10년 주기설을 감안하며 잘 나갈 때 비축미를 충분히 만들어 위기 때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불황이 닥쳐도 5년 정도는 버틸 수 있어야 세계적 기업이라 하지 않겠는가. 수주에만 목숨을 걸 게 아니라, 조선소가 선제적으로 신개념의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전략이 중요하다."
#새로운 해양 리더십 필요
-이번엔 부산으로 눈을 돌려보자. '해양도시 부산'에 대한 남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평소 지론이 있다.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라고 얘기하는데, 판을 키워 '세계 해양수도' 개념으로 가야 한다. 북항은 최고의 적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자는 것인가.
"부산의 비전이 부산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이기주의적 전략이 아니라, 부산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나아가 인류에 공헌하는 세계 리더도시가 되자는 거다. 인류는 현재 에너지 부족, 물 문제, 식량 부족, 환경, 빈곤, 전쟁과 테러, 질병, 교육, 민주주의 파괴 등 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 중에서 부산이 주도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해양 관련 분야다. 해양에너지 자원, 해운물류, 해양안전, 해양금융, 수산물, 해양환경과 기후변화, 해수담수화, 해양관광, 해양의료, 해양 ICBM(Information, Clouding, Big Data & Mobile Technologies)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요리해 일류로 만들면 저절로 세계 해양수도가 되는 것 아니냐."
-북항 재개발의 전략과도 맞물리는 얘기 같다.
"맞다. 큰 그림을 그리고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 북항 재개발은 어쩌면 하늘이 내린 기회다. 해양특별구 형태로 해양관광과 산업, 비즈니스가 어우러지게끔 판을 짜야 한다. 영어를 제 2공용어로 만들어 누구든 통하게 해야 한다. 크고 담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학생들, 특히 청소년들에게도 한마디 해 달라.
"나는 공부하며 세운 목표가 있다. 일신의 영달보다 우리 이웃, 사회, 산업, 국가 나아가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해주고 싶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라.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존재한다.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보물을 찾아라. 세계 표준어인 영어에 능통하라. 이공계도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라.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하지만 두려워 마라, 세상은 좁다."
■ 인터뷰 언저리
- 英왕립조선학회 이사에 美조선공학회 부회장도…명함에 찍힌 직함 20개
백점기 교수는 부산대에서 '빛나는 명성(stellar reputation)'으로 통한다. 해외 학계에서 붙여준 수식어다. 그는 바쁘다. 일과는 늘 '9-9'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한다. 비행기 이동거리가 100만 마일리지를 넘어섰다.
그의 명함에는 20여 가지의 직함이 빼곡하다. 부산대 교수, 선박해양플랜트 기술연구원장, 런던대 교수, 영국왕립조선학회 상임이사, 미국조선해양공학회 부회장, 국제저널 'Ships and Offshore Structures' 편집장…. 그동안 영문저서 4권을 냈고, 500여 편의 논문을 썼으며 특허 30건을 획득했다. 상도 많이 받았다. 조선해양 양대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루드 메달'과 '테일러 메달'을 안았고, 경암학술상과 과학기술훈장도 받았다. 2014년엔 영국왕립조선학회에서 역사상 처음 외국인의 이름을 딴 'Jeom Kee Paik Prize(백점기상)'를 제정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충실히 응하고 자문까지 다 한다. 책을 내고 언론과 소통하는 것이 사회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상시엔 산책과 사색을 즐기고, 영화는 주 1편씩 뗄 정도로 많이 본다고.
인터뷰 후 식사를 하며 연구 성과를 내는 비결이 뭐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호기심인 것 같아요. 제가 호기심 천국이죠. 성공적인 연구 개발도 놓고 보면 사소한 호기심에서 출발해요.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세요."
지방대 교수로서 활동에 한계는 없을까. "그런 건 없어요. 전 서울을 안 보고 런던과 뉴욕, 싱가포르를 봅니다. 전문성과 학문적 성과를 갖추면 누구라도 세계와 통하는 거죠."
디지털 뉴스부 서순룡 선임기자 inews@kookje.co.kr
- 잘 나갈때 위기관리 플랜 소홀
- 과당 경쟁 속 기술개발도 뒷전
◇해양플랜트 문제 가장 심각
- 설계기술 자립 못해 8조 적자
- 1만5000명 석박사급 필요한데
- 국내 인력 겨우 몇백 명 수준
◇북항재개발, 하늘이 준 기회
- 물류·금융 등 치밀한 전략으로
- 부산의 해양산업 판 더 키워야
조선해양 강국 대한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세계 무대를 호령하던 위용은 온데간데 없고, 살아남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지난해 7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해양플랜트 분야는 무려 8조5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모두 사상 최대다. 수주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대량 감원이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가 봐온 조선해양 강국은 '종이 호랑이'였던가.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부산대 백점기(59·조선해양공학과) 교수를 만나 불황이 언제까지 갈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비전을 세워야 하는지 들어봤다.
#저유가 폭탄에 휘청
-조선업계가 유례없는 불황이다. 원인이 뭐라고 보시나.
"세계경제가 저유가 폭탄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지 않나. 여기에 조선해양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거다. 저유가 현상은 수출입 물동량을 줄이고 소비를 둔화시켜 선박이 할 일을 뺏는다. 바다의 석유나 가스를 뽑는 해양플랜트 산업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조선해양 강국 체면이 말이 아니다. 기초체력이 이렇게 허약했단 말인가.
"1차 원인은 세계 경기침체로 돌려야할 테지만, 내부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잘 나갈 때 비축미를 챙기고 위기에 대처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업계의 과당경쟁도 반성할 대목이다.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에 소홀했던 측면도 있다."
-조선해양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인가.
"조선해양산업은 노동집약적(일자리 창출), 기술집약적(고도의 ICT 기술 적용), 자본집약적(초고가의 제품), 그리고 철강·해운업 등 전후방 연계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한중일 3국이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연간 100조~130조 원(2014년)을 커버해왔다. 일본은 엔저를 등에 업었고, 중국은 저가수주공세에 나서는데, 우리는 이렇다할 카드가 없는 실정이다."
#해양플랜트 설계기술 자립부터
-해양 플랜트산업은 사정이 더 안좋다고 하는데.
"조선과 해양플랜트는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의 차이랄까. 조선산업은 설계, 기자재, 유지보수, 운항 서비스 등에서 국산화율이 95% 정도이고 인력도 넘친다. 해양플랜트 시장 규모는 200조~250조 원(2014년)으로 조선산업의 약 두 배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설계 엔지니어링을 못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인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전문인력이 어느 정도 모자라나?
"해양플랜트 설계 기술 자립화를 위해서는 대략 1만5000명의 석·박사급 전문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몇백 명 수준이다. 2030년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한다면 매년 1000명 이상의 전문 기술인력이 양성돼야 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10여년 전부터 이 부분을 고민해오다 최근 하나의 답을 찾았다. 경남 하동 갈사만의 해양플랜트 전문산단에 영국 애버딘대학교(Aberdeen University)의 대학원 과정 한국 분교를 유치한 것이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이며 신입생 정원은 해양플랜트 전문 석·박사 및 MBA 과정 등 120명이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영국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시는 세계 해양플랜트 산업의 수도로 불리며, 1495년 개교한 애버딘대는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이다. 이 대학의 해외 분교는 하동캠퍼스가 처음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교육·연구 시스템이 들어오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2년 후쯤 불황 걷힐 듯
-지금의 불황이 언제쯤 턴어라운드할 것 같은가.
"오래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2년 뒤엔 흐름이 바뀌지 않을까 한다."
-저유가 사태에서 얻게 된 교훈이 있다면.
"저유가는 조선해양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해양플랜트 산업 도약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런 사태가 났으니 인재육성에 이만큼이나마 관심을 갖는 것 아닌가. 해양플랜트에서 설계 기술을 갖지 못하면 기술종속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지 못하고, 리스크 대응에도 문제가 생긴다."
-위기대응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불경기 10년 주기설을 감안하며 잘 나갈 때 비축미를 충분히 만들어 위기 때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불황이 닥쳐도 5년 정도는 버틸 수 있어야 세계적 기업이라 하지 않겠는가. 수주에만 목숨을 걸 게 아니라, 조선소가 선제적으로 신개념의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전략이 중요하다."
#새로운 해양 리더십 필요
-이번엔 부산으로 눈을 돌려보자. '해양도시 부산'에 대한 남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평소 지론이 있다.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라고 얘기하는데, 판을 키워 '세계 해양수도' 개념으로 가야 한다. 북항은 최고의 적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자는 것인가.
"부산의 비전이 부산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이기주의적 전략이 아니라, 부산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나아가 인류에 공헌하는 세계 리더도시가 되자는 거다. 인류는 현재 에너지 부족, 물 문제, 식량 부족, 환경, 빈곤, 전쟁과 테러, 질병, 교육, 민주주의 파괴 등 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 중에서 부산이 주도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해양 관련 분야다. 해양에너지 자원, 해운물류, 해양안전, 해양금융, 수산물, 해양환경과 기후변화, 해수담수화, 해양관광, 해양의료, 해양 ICBM(Information, Clouding, Big Data & Mobile Technologies)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요리해 일류로 만들면 저절로 세계 해양수도가 되는 것 아니냐."
-북항 재개발의 전략과도 맞물리는 얘기 같다.
"맞다. 큰 그림을 그리고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 북항 재개발은 어쩌면 하늘이 내린 기회다. 해양특별구 형태로 해양관광과 산업, 비즈니스가 어우러지게끔 판을 짜야 한다. 영어를 제 2공용어로 만들어 누구든 통하게 해야 한다. 크고 담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학생들, 특히 청소년들에게도 한마디 해 달라.
"나는 공부하며 세운 목표가 있다. 일신의 영달보다 우리 이웃, 사회, 산업, 국가 나아가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해주고 싶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라.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존재한다.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보물을 찾아라. 세계 표준어인 영어에 능통하라. 이공계도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라.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하지만 두려워 마라, 세상은 좁다."
■ 인터뷰 언저리
- 英왕립조선학회 이사에 美조선공학회 부회장도…명함에 찍힌 직함 20개
백점기 교수는 부산대에서 '빛나는 명성(stellar reputation)'으로 통한다. 해외 학계에서 붙여준 수식어다. 그는 바쁘다. 일과는 늘 '9-9'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한다. 비행기 이동거리가 100만 마일리지를 넘어섰다.
그의 명함에는 20여 가지의 직함이 빼곡하다. 부산대 교수, 선박해양플랜트 기술연구원장, 런던대 교수, 영국왕립조선학회 상임이사, 미국조선해양공학회 부회장, 국제저널 'Ships and Offshore Structures' 편집장…. 그동안 영문저서 4권을 냈고, 500여 편의 논문을 썼으며 특허 30건을 획득했다. 상도 많이 받았다. 조선해양 양대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루드 메달'과 '테일러 메달'을 안았고, 경암학술상과 과학기술훈장도 받았다. 2014년엔 영국왕립조선학회에서 역사상 처음 외국인의 이름을 딴 'Jeom Kee Paik Prize(백점기상)'를 제정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충실히 응하고 자문까지 다 한다. 책을 내고 언론과 소통하는 것이 사회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상시엔 산책과 사색을 즐기고, 영화는 주 1편씩 뗄 정도로 많이 본다고.
인터뷰 후 식사를 하며 연구 성과를 내는 비결이 뭐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호기심인 것 같아요. 제가 호기심 천국이죠. 성공적인 연구 개발도 놓고 보면 사소한 호기심에서 출발해요.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세요."
지방대 교수로서 활동에 한계는 없을까. "그런 건 없어요. 전 서울을 안 보고 런던과 뉴욕, 싱가포르를 봅니다. 전문성과 학문적 성과를 갖추면 누구라도 세계와 통하는 거죠."
디지털 뉴스부 서순룡 선임기자 i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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